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지금 사스키아는 뭘 하고 있을까? 우리를 놓친 뒤에는 어디로 갔을까? 집으로 돌아가서 패트릭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봤을까? 울진 않았겠지?
지금 엘런 때문에 한 여자가 슬퍼하고 있었다. 혹시 사스키아에게 패트릭을 돌려줘야 하는 걸까? 물론 그녀는 패트릭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패트릭이 사스키아를 원하지 않으니까. 패트릭은 엘런을 원하니까.
그게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관계는 끝나기 마련이다. 사스키아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옛사랑을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사스키아의 결의에는 뭔가 고결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사스키아는 미칠 정도로 강한 열정에 사로 잡혀 있었다. 엘런은 한 번도 그렇게까지 미친 열정에 사로잡혀본 적이 없다.
“무슨 생각해?”
패트릭이 고개를 팔에 괴고 옆으로 누워 엘런을 보고 웃었다.
“사스키아.”
엘런은 아무 생각 없이 불쑥 대답해버렸다.
“나는 절대로 그 여자한테서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이제 그 지긋지긋한 여자가 내 침대에도 있다는 거지?”
침대에서 내려간 패트릭은 침실에 붙어 있는 욕실로 들어가더니 지나치게 세게 문을 쾅, 닫았다. 엘런은 베개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돌아가는 천장의 선풍기를 쳐다봤다.‘이거 봐요, 사스키아. 당신 때문에 우리가 사랑을 하지 못하잖아. 당신 때문에 패트릭이 화났단 말이에요.’
패트릭과 함께 있을 때면 엘런은 늘 사스키아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했다. 마치 시청자가 한 명뿐인 엘런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였다. 엘런이 사스키아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한다는 걸 패트릭이 안다면 정말로 화내겠지?
나는 당신을 ‘스토킹’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스토킹이라는 말은 쓰지 마.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거 알잖아. 나는 그냥 당신하고 말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건 토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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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사스키아를 만나보고 싶어하고 대화를 해보고 싶어하던 엘런의 호기심어린 시선은 끝까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사랑하는 패트릭의 아들내미를 다치게 하고 자기도 크게 다치는 결과를 초래한 그 날밤의 기행을 끝으로 드디어 심리상담을 받는 사스키아. 거기서 상담의가 패트릭과의 이별이유에 대해 자기의견을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왜냐면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했거덩. 사스가 아닌 엘런이 먼저 패트릭을 만났다면 지금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했거든.
나도 이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앞에 나온 단서들을 추합해서 조심스레 추론을 내보면 솔직히 패트릭이 나쁜인간이라...(내 생각일뿐이다. 그도 첫사랑인 와이프가 어린 아들만 남기고 죽었으니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을테지...)그 이후 사스키아와 만나고 자신의 멘탈과 그의 아들을 케어해 준 여자를 찬 댓가가 3년간의 스토킹이란건 너무 가혹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사스키아의 대답에서 나는 그녀가 드디어 3년간의 스토커짓을 청산을 하는 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굉장히 기뻤다.
왜냐면 패트릭과 엘런은 천생연분이라고 대답했거든. 얼마전까지만해도 패트릭이 전아내와 사별을 한 것이라 그녀와 더 애틋한게 당연하다고 내가 더 패트릭에게 사랑을 주면 된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지. 하하 참 무시무시한 여자야...사랑에 일방통행이 어딨어...그걸 깨닫지 못했기때문에 3년간의 짠내나는 스토커를 했겠지만;;;
그녀의 무시무시한 기행에 혀를 내두르면서 읽었었는데 어느새 나도 엘런처럼 그녀와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