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이 췌장님아 유명한 소설을 이제야 읽어보는 군요.ㅋㅋㅋ
도서관에서 빌려볼려고 갖은 노력을 했는데 예약순번이 돌아오는 것보다 결국 전자도서관에 업뎃되는것이 더 빨랐네...ㅋㅋㅋ도서관에서 빌려보려던 시기엔 분명 전자도서관에 없었는데 언제 업뎃됐었다냥...덕분에 좀 더 빨리 읽어볼 수 있어 좋았지만...
책으로 읽어보려도 이런 인기소설은 순번이 1년이지나도 안 돌아 오는 경우가 꽤 되서...ㅠㅠ
뭐어 여튼 감상평을 말하자면 역시 듣던대로의 필력이랄까~
이렇게 기다려서 읽은 만큼의 값어치는 하는 재밌는 소설이었다.(내용은 슬픈거다.)
'또 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랑 비교해 생각해보니 작가는 우울한 쪽의 소설을 쓰는게 특기 같은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은 느낌으로 끌어가는 듯하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취약하고 문학의 세계에 심취되 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쓰는 소설을 즐기는 듯. 2개밖에 읽진 않았지만 주인공이 둘다 저런 느낌으로 그려진듯해서...
정통성의 신춘문예판에 정식 데뷔한 것이 아닌 서점직원들의 차예픽으로 데뷔한 소설답다 싶다. 이 말은 곧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작가란 말이니까.
마음을 움직이는 필력이라니 대단하잖아!! 작가님의 뚝심에 치얼스~
나중에 이 책과 겨뤄서 원픽으로 뽑힌 소설도 찾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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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도서실 정리 같은 것에 써도 괜찮아?”
“글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안하고 있는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사이좋은 클래스메이트, 너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 너는 분명 나한테 진실과 일상을 부여해줄 단 한 사람일 거야. 의사 선생님은 내게 진실밖에는 주지 않아. 가족은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과잉반응하면서 일상을 보상해주는 데 필사적이지. 아마 친구들도 사실을 알고 나면 그렇게 될 거야. 너만은 진실을 알면서도 나와 일상을 함께해주니까 나는 너하고 지내는 게 재미있어.”
만일, 내가 만일, 그녀에게 뭔가를 부여해주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단순한 도피일 것이다.
모든 인간이 언젠가 죽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도,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도, 그녀도, 어제는 살아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모습 따위, 내보이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바로 어떤 사람이든 오늘 하루의 가치는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기간이라고 해도 목표가 생긴다는 것은 인간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나와 비교하면 그녀의 반짝임은 훨씬 더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곧잘 ‘집에 돌아올 때까지가 소풍’이라고 말하지만, 집에 돌아와 ‘평소의 식사를 할 때까지가 소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가해자와 방관자의 죄는 동급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정의를 위해 분노하는 시한부 인생의 그녀를 바라보며 ‘안에서 미움 받는 놈이 세상에 나가서는 오히려 행세 한다’라는 속담은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산다든가 죽는다든가 하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매일매일 자신의 사생관을 응시하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철학자거나 종교인이거나 예술인뿐이다. 그리고 중병에 걸린 여학생이거나 그런 여학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놈이거나.
생각해보니, 먹는 것도 귀갓길과 똑같았다. 나의 한 입과 그녀의 한 입은 본인이 느끼는 가치가 완전히 다른지도 모른다.
물론 원래는 달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범죄자의 ‘묻지 마’식 폭주를 만나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나와 이제 곧 췌장의 병 때문에 죽게 될 그녀의 식사에 가치의 차이 따위,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명백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죽은 다음이리라.
나는 가족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를 머릿속의 상상으로만 완결시켜왔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나를 싫어한다는 것도 모두 나만의 상상이고, 내게 위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다. 타인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포기한 채 살아왔다.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정도 연애도 재미있는 거야."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짜증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누군가를 껴안는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간다...그게 산다는 거야.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싫어하는 나,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운데 누군가와 함께하면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런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있기 때문이고, 내 몸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잡아주기 때문이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는 지금 살아있어. 아직 이곳에 살아있어. 그래서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어. 나 스스로 선택해서 나도 지금 이곳에 살아있는 것처럼."